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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밀려나다 / 최정란

하루를 일년처럼 2008. 9. 27. 22:12
    밀려나다 / 최정란 도시의 접경이지만 도시 소속은 아니다 마을이 구부정한 어깨 위에 색이 바랜 구겨진 종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푸르스름한 하현달빛이나 전구가 나간 가로등 아래로 이따금씩 이삿짐인지 가출보따리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 단촐한 차림새가 소리없이 들어온다 마을로 스며든 사람들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꺼린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 소속감이 없고 굳이 소속감이라면 생이 소속이다 오래 있지 않을 것처럼 아주 잠시만 머무를 것처럼 말하지만 마을은 턱뼈가 매우 완강하여 한 번 마을의 입 안으로 밀려들어 온 사람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은 생명력이 끈질기다 급소를 물려 흔들리다 패대기쳐진 생의 예방접종으로 면역성을 키웠다


─━☆비평가와네티즌이 선정한 한국베스트명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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