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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서 66만원에 산 코트값의 진실은?

하루를 일년처럼 2006. 12. 8. 16:38

백화점서 66만원에 산 코트값의 진실은?

 

 

 

[한겨레] “얼마전 백화점에서 겨울용 코트를 샀는데 66만8천원이었습니다. 카드를 긁는 남편 손이 부들

부들 떨리더라구요.” (회사원 이아무개씨·31·여)

이씨는 “옷 값이 비싸도 너무나 비싸다”며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가 산 코트의 생산원가는 얼마나 될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무리 비싸게 잡아도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뻥튀기’가 가능한 것일까?

구입가격에서 나누기 8을 하면 원가?

옷은 크게 우리가 흔히 ‘브랜드’라고 칭하는 대규모 의류회사에서 자체 생산하는 것과, 중간에 ‘프로모션’ 이라 불리는 중소 의류 유통업체가 대규모 의류회사에 납품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브랜드회사가 옷을 직접 만드는 것은 드물고 대부분 프로모션을 통하여 옷을 납품받는다. 큰 회사가 자체 생산보다 여러 프로모션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프로모션은 각 계절 상품을 미리 기획해서 브랜드회사의 ‘오더(주문)’를 받는다. 이때 생산량과 디자인이 정해지게 되고 소규모 의류생산 공장에 하청을 주게 된다. 하청 업체는 프로모션회사와 납품 계약을 맺고 기한에 맞춰서 옷을 생산한다. 하청이 한 단계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물량이 많거나 규모가 큰 하청업체의 경우 ‘재하청’을 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에 곧바로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만들면 한국보다 1/3가격에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겨울 아이템 가운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더플 코트’의 경우 4달러면 한 벌을 만들 수 있다.

옷의 품질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는 원단의 경우는 시중 백화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옷이라면 아무리 고급원단이라 해도 1야드에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소위 ‘부띠끄’에 납품되는 최고급 이탈리아 수입원단의 경우도 원가는 5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원단 가격에 스커트 7천~9천원, 자켓 1만4천~1만 8천원, 바지 1만원~1만2천원의 공임이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마진과 공장운영비 등을 붙여 프로모션업체에 납품을 하게 되면(생산원가의 1.5~2배), 프로모션 업체는 다시 마진을 붙여 브랜드업체에 납품을 한다.(1.5~2배) 이때만 해도 옷 값이 그다지 비싸지는 않다. 대부분의 옷이 10만원을 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에서 백화점에 넘어가게 될 때 3~5배로 옷 값이 뛴다.

옷 값이 뛰는 이유는 광고, 재고위험 등의 마케팅 비용 탓도 있지만, 백화점 수수료가 만만치않은 역할을 한다. 백화점은 평균 30~40%의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한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 3천만~4천만원을 백화점에 낸다는 것이다. 의류회사들은 입을 모아 백화점의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한 중견 의류업체의 대표는 “백화점은 손해보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다들 도둑놈이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백화점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백화점에서 지불하는 옷값의 30% 이상은 옷과 상관없는 부분으로, 백화점에 내는 돈인 셈이다.




이러한 유통과정으로 보았을 때 이씨의 66만원짜리 코트는 백화점 수수료를 30%로 가정했을 때 순수 옷값만 약 46만원이고, 이 가격은 3~5배로 이윤이 붙은 소매가이다. 최소한의 마진선인 3배로 잡았을 때도 브랜드업체로 납품되는 가격은 15만원 선이다. 여기서 중간 프로모션업체와 하청공장의 마진을 빼면 생산원가는 10만원 이하로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한 프로모션업체의 직원은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경우 간단히 가격에서 7~8로 나누면 생산원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제 값 주고 사는 소비자는 봉? 의류업계의 상식 ‘3·4·3’ 법칙

생산업체들은 “옷값 거품의 주범은 백화점 수수료”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백화점쪽은 오히려 “옷값을 낮추려면 생산업체가 원가 공개부터 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중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백화점 수수료가 50% 이상되는 곳도 있다”며 “백화점 유지비를 보면 수수료가 결코 비싼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스스로 명동에 매장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생산원가부터 공개하고 백화점을 비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생산업체와 백화점이 서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옷의 유통과정은 비정상에 가깝다.




의류업 종사자에게는 ‘3·4·3 원칙’이라는 게 널리 알려져 있다. 생산량의 30%는 고가로 팔아 본전을 뽑고, 40%는 세일기간에 팔아 적정 마진을 남기고, 나머지 30%는 할인마트나 매대 판매 등의 ‘땡처리’를 통해 소진하는 것을 말한다. 2005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발표한 ‘의류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복의 경우 정상가격으로 구입하는 비율은 22.1%에 불과했다. 100벌 가운데 80벌 가까이 세일가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한 의류업체의 직원은 “나는 제 값 주고 옷 안삽니다”라며 옷값 거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백화점 업계 “외국선 백화점 수수료 50% 넘는 곳도 있다. 절대 안 비싸”

한국의 옷값이 비싸다는 것은 옷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특히 차림새에 신경을 써야 하는 직장여성이라면 옷값의 스트레스는 크다. 은행에 다니는 김 아무개(27·여)씨는 “명품을 고집하는 것도 아닌데 옷을 살 때마다 도대체 왜 비쌀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연봉이 2천만원 후반대인 직장인 강아무개씨도 “브랜드 숙녀복의 경우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예전보다 점점 비싼 옷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유명브랜드의 옷값의 국가간 가격을 보면 한국의 옷값 수준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미국 ㅍ사의 옷은 미국 현지 소매값보다 1.5배에서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린다. 미국보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한국에서 똑같은 옷이 오히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의류 수입업체는 “관세 등 제반 비용이 붙어서 그렇다”고 해명하지만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유학중인 이원석(26)씨는 “미국에 와보니 한국에서 8만~9만원 하는 폴로티가 세일할 땐 2만~3만원에 팔리고 있어서 놀랐다”며 “귀국하면 옷사는 것이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 20수 랄프로렌 폴로는 68000원, 40수 메이폴은 16800원

옷값 ‘뻥튀기’가 있는 반면에, 할인마트나 새로 등장한 저가형 의류업체들은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옷을 팔고 있다. 저가형 의류업체들은 본사 스스로 기획하여 옷을 만들어 중간 유통마진을 없앴고, 할인마트의 경우 브랜드 광고와 같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다. 중국에서 만든 질 낮은 의류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엔 브랜드 자체나 할인마트 본사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옷 자체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들의 편견 때문이다. 과연 싼 옷이 품질이 떨어질까? 2003년 한국소비자보호원 섬유시험팀에서 실시한 폴로 티셔츠의 품질비교 시험결과를 보면 오히려 폴로·빈폴과 같은 고가제품보다 마루·메이폴과 같은 중저가 의류의 품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보면 당시 6만8000원에 판매되었던 폴로 랄프로렌의 폴로티는 20수 단사였고, 1만6800에 판매되던 메이폴의 폴로티는 40수 합사를 사용하고 있었다.(1g의 솜을 가지고 20m의 실을 만들면 20수, 40m의 실을 만들면 40수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급이다.) 한 의류 프로모션 업체의 대표는 “2만원짜리 옷에 브랜드만 달아서 20만원에 팔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박주희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