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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편이 남기고 간 편지

하루를 일년처럼 2009. 12. 14. 15:19

 

남편이 남기고 간 편지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입니다.
신혼 때부터 남편은 밖으로만 돌았고
툭하면 온몸에 멍이 들도록 나를 때렸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던 남편은 언제부턴가
자꾸 숟가락을 놓치고 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정도가 심해져 진찰해 보니


‘소뇌 위축증’으로 운동능력상실,
시력장애에 이어 끝내 사망에
이른다는 불치병이었습니다.


병수발을 하며 생계를 잇기 위해
방이 딸린 가게를 얻었습니다.
남편의 몸은 점점 굳어 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좋다는 약과 건강식품,
갖고 싶은 물건을 사오라고
고집 부려 내 속을 태웠습니다.


그렇게 8년을 앓다 ‘미안하다’말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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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큰애가 군대 가던 날은
남편이 더 없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가게 된 군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건강할 때는 술만 먹고,
아파서는 약 값과 병원비에,
죽어서는 아플 때 진 빚 갚느라
아들 등록금도 못 내다니….
평생 짐만 주고 간 남편과
‘영혼 이혼’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은아이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집을 팔고 청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싸고 빠진 물건이 없나 살피다가 버리려고
모아 둔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 사이에 눈물인지 침인지로 얼룩진 누런 종이에
쓰인 글을 발견했습니다.




“애들 엄마에게! . . .

당신이 원망하고 미워하는 남편이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를 보살펴 주어 고맙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날마다 하고 싶지만
당신이 나를 용서할까 봐 말 못했고.
난 당신에게 미움받아야 마땅하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말 같구려.
여보, 사랑하오! 나 끝까지 용서하지 마오.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소.”


flower_img2.jpg
 

손에 힘이 없어 삐뚤빼뚤하게 쓴
남편의 편지를 보는 내 얼굴에는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여태껏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슴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 모셔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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