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혹성 B612를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무서운 식물이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을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런데 그 무서운 식물이 지구에 존재한다면? 상상 속의 식물 같은 이 나무를 실제로 보고 싶다면 이상과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곳 마다가스카르로 가보자. | |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공식어는 프랑스어와 말라가시어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분명 많이 들어봤다. 고급 양주 이름 같기도 하고 스페인 귀족의 이름 같은, 최근에는 인기 디즈니 만화 영화로 선보인 곳. 그곳은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있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다. 약 2000 여 년 전 옛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계절풍을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인종적으로 흑인보다 동남아시아 사람과 비슷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주식도 쌀이라고 한다. 공식어인 프랑스어 외에 쓰는 말라가시아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말레이시아어와 상당히 비슷하다.
가장 가까운 모잠비크까지의 거리가 약 400km. 이렇게 수십만 년 동안 고립됐던 이곳은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동, 식물로 가득하다. 전 세계의 생물 20만종 중 75%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사람이 함께 사는 DMZ라고 해야 할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몇 세대에 걸쳐 프랑스인부터 중국인, 인도 파키스탄인 기존의 말레이인 등 서로 다른 18개의 민족이 모여 산다. 그래서 믿는 종교도 다 다르지만 아무런 마찰 없이 평온하게 공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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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는 농업이 중심산업이며 최대 수출품은 커피이다. 주민들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워낙 섬의 규모가 크다 보니 날씨도 지역에 따라 다른데, 주로 북쪽은 여름철(12월~4)월에는 장마철이고 동절기(5월~ 10월)때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된다. 하지만 남부 쪽은 반 사막기후대의 날씨가 계속 되어 겨울에도 6도 이하도 내려가지는 않는다. 이곳을 여행할 경우 어쩌면 4계절 옷을 모두 가져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섬 가운데에 수도 안타나나리보가 있는데, ‘천인의 무사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수도 안타나나리보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들이 그렇듯 1960년까지 식민 잔재 속의 많은 건물들이 아직 남아 있어 주변 자연 환경과 함께 신비감이 더하다. 농업이 중심인 산업구조 덕에 이 나라의 최대 수출품은 커피로 수출총액의 45%나 차지한다. 최근 들어 도시화로 인해 점점 희귀 동식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은 마다가스카르의 가장 큰 고민이다. |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마다가스카르. 지각운동으로 아프리카에서 분리되어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되었다. 베마라하 자연보호구역과 그랑칭기 등 마다가스카르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진기한 장관으로 가득 차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상징, 바오밥나무와 그랑칭기
수십만 년 전 인간이 땅에 존재하기도 전에 마다가스카르는 지각운동으로 아프리카에서 분리되어 현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그곳 동, 식물은 수백 년 동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의 상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오밥나무다. 바오밥나무는 총 8종류로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와 오스트레일리아 지역 일부분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처럼 높고, 굵고, 군집을 이루며 자라나는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떠받히는 듯 한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서부 쪽 해안도시 ‘모론다바’다. 이곳이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부족들을 이 나무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는 베어도 바오밥만은 함부로 베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부족들의 마음을 우리 같은 필부들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 |
마다가스카르의 상징적인 나무인 바오밥나무. 옛 부족들은 바오밥나무를 신성시 여겨 함부로 베지 않았다고 한다.
해안 도시이기도한 모론다바는 아름다운 해안가의 운치에 비해 사람이 없다. 너무 없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현지인들은 아프리카인 특유의 태평스러움이 베었는지 관광객들에게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광객으로써는 편안하다. 편안이 구경하고 자기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신세계의 연속이다. 베마라하 자연보호구역이 꼭 그렇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이 만들어낸 작품인 그랑칭기는 바위들은 마치 자신이 자연이 수십 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야외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든다. 병풍처럼 끝없이 이어진 바위산맥이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1500년 전 이곳에 살던 초기 원주민 바짐바족이 뾰족한 바위 탑이 솟아있는 형상들을 보고 발끝으로 걷는 모양을 떠올리며 ‘칭기’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보더라도 그 위태위태한 위세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 |
그랑칭기. 병풍처럼 끝없이 이어진 바위산맥이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18세기 전세계 해적들의 경유지였던 마다가스카르 해안
항상 평온했을 것 같은 마다가스카르, 하지만 18세기 만해도 전 세계 해적들의 경유지였다. 마다가스카르 옆의 작은 섬 생 마리는 17, 18세기 유럽 해적들이 동인도 근해에서 노략질을 일삼고 복귀할 때 지름길이던 마다가스카르의 해안을 선호했었는데, 파도가 평상시 잔잔하고 신선한 과일이 많아 그 당시 최고의 경유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름 모를 수많은 해적들의 비석들이 옛 부귀영광을 쓸쓸히 대변해줄 뿐이다. 인도양의 청정한 바다와 화창한 날씨 그리고 아름다운 석호는 스쿠버 다이버들에겐 또 다른 매력이다. 바다 깊숙한 어딘가 그 옛날 해적이 숨겨놓은 금은보화를 발견할지 누가 알겠는가? | |
모론 바다의 모습. 마다가스카르는 18세기 해적들이 이동하는 노선의 경유지였다.
서두에 밝혔듯이 마다가스카르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동물들이 많다. 섬에 사는 여우원숭이는 언뜻 봤을 때 코가 앞으로 삐죽 나온 것이, 여우처럼 생기기도 하고 원숭이처럼 생기기도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지상에서 네발로 다니던 포유류가 나무에서 생활하려고 진화하기 시작하는, 현재 진행형인 진화과정을 목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우원숭이들은 익숙해져서 그런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벌목을 한다며 그들의 터전을 자꾸 없애 가는데 순진한 원숭이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롱을 부린다. 이런 심각성을 자각한 정부에서는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나라 안 수십 군데에 국립공원을 지정하지만 국립공원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나무를 벨 수밖에 없다. 요리를 위해 숯을 사용하는데 이곳 주민들은 땔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상생은 이렇게 깨지고 마는 것일까? | |
한적하고 여유로운 마다가스카르의 일상 풍경과 천진난만한 그곳의 어린 아이들.
“나쁜 식물의 싹이면 눈에 띄는 대로 뽑아 버려야 한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앗들이 있었다.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었다.”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어린왕자의 별에는 바오밥나무가 몹쓸 존재다. 하지만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별에는 바오밥나무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동 식물이 소중하다.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면서 그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깨우치길 바란다. | |
출처 : 자유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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