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仰見土嶺, 可五里. 禿楓如棘, 流礫橫逕.
앙견토령, 가오리. 독풍여극, 류력횡경.
尖石冒葉, 遇足而脫, 幾跌而起, 手爲搨泥.
첨석모엽, 우족이탈, 기질이기, 수위탑니.
羞後人嗤笑, 迺拾一紅葉以待之.
수후인치소, 내습일홍엽이대지.
-박제가(朴齊家, 1750-1805), 〈묘향산소기(妙香山小記)〉
토령을 올려다 보니 5리쯤 되겠지 싶은데,
잎 다 진 단풍나무는 가시 같고,
흘러내린 자갈이 길을 막는다.
뾰족한 돌이 낙엽에 가려있다가
발을 딛자 비어져 나오는 바람에 자빠질 뻔 하다가 일어났다.
그 바람에 손으로 진흙을 짚었다.
뒤따라오는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붉은 낙엽 하나를 주어들고서 기다렸다.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
묘향산 여행길의 한 소묘다.
단풍잎은 길 위에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제 지녔던 잎새들 모두 흙으로 돌려보낸 뒤,
단풍나무 빈 가지는
가시처럼 앙상한 뼈마디만 남았구나.
지난 비에 흘러내린 자갈돌이 길 위에 흩어져 있고,
낙엽인 줄 알고 밟았던 무심한 발길은
뾰족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휘청하니 맨 땅을 짚는다.
짐짓 쑥스러워서 제일 붉은 낙엽하나 들고
공연히 진흙 묻은 한 손은
뒷짐 진 채 붉은 잎을 햇빛에 비춰본다.
넘어진 게 아닐세. 넘어진 게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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