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셔도 살찐다면 … 장 속의 박테리아 때문
(중앙일보 한경환)
비만의 주범은 장(腸) 속에 서식하는 특정 박테리아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몸이 비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박테로이데트(bacteroidetes) 계열의 박테리아가 적었지만, 피르미쿠트(firmicutes) 계열의 박테리아가 많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확인됐다고 AP통신이 21일 전했다. 미국 워싱턴대 지놈과학센터 제프리 고든 박사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실험에서 비만하지 않은 쥐들의 장에 피르미쿠트 박테리아를 대량 주입한 결과 이들의 체중은 두 배로 늘어났다. 뚱뚱해진 쥐들은 장내 박테리아의 구성비가 정상인 쥐들과 똑같은 양의 먹이를 먹었는데도 흡수하는 영양소의 칼로리가 훨씬 많았다.
비만인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게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한 뒤 장 내의 박테리아 구성비의 변화를 관찰했다. 다이어트에 들어가기 전에는 장 내의 박테로이데트 박테리아 비율이 평균 3%에 불과했으나 체중이 점차 줄면서 나중에는 15% 가까이 늘어났다.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감염.비만학 교수인 니힐 두란다르 박사는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하면 비만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증거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한경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elm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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