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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한테 용돈을 왜 주어야 하나?

하루를 일년처럼 2006. 5. 23. 15:18

★ 용돈을 왜 주어야 하나? ★

 

 

어린이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에게 ‘용돈 기입장’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한국 은행 등 금융 관련 정부기관과 민간 금융기관들은 인터넷 상에서 무료로 용돈 기입장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용돈 기입장 작성 요령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과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왜 용돈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가 한 어린이 경제캠프에 참관을 갔을 때의 일이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용돈 기입장을 쓰는 요령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의 강사는 단지 용돈 기입장을 쓰는 요령만을 전달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용돈 기입장을 쓰는 요령이 아니다. 먼저 부모가 자녀들에게 왜 용돈을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용돈을 주는 과정을 통해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탓에 부모는 먼저 용돈의 규모를 놓고 씨름한다. 도대체 얼마를 주는 것이 좋을지, 혹여 너무 많이 주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너무 조금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의 고민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용돈의 규모가 아니다. 아이가 돈을 관리할 능력이 있으면 많고 적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용돈을 줄 것인가, 주지 말 것인가’이다. 많은 전문가는 일단 용돈을 주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용돈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용 가능한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용돈이 바로 그 수단이다. 정해진 용돈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아이들에게 용돈 범위 내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한계를 정확히 알고 그 안에서 선택하는 것은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댄 키들론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 한계를 두고 있는 아이일수록 우울증이나 약물중독에 덜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들론 교수는 1,100명의 부모와 7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신에게 일관된 한계를 가진 아이일수록 잘못된 길로 빠지는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키들론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용돈이라는 한계’를 주는 것은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처럼 용돈은 바로 ‘한계’에 관한 문제이다. 재산이 많거나 용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분명히 한계를 알고 그 범위에서 행동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용돈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는 용돈이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일부 부모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기의 눈높이에서 일방적으로 용돈의 규모를 결정해 버리는 것이다.

 

용돈 규모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자녀와 함께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 상응하는 가격을 모두 합해서 자녀에게 제해야 한다.

 

이 리스트를 짤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부모가 생각하는 가치와 자녀들이 생각하는 소비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에 대한 비용을 부모는 인정하지 않지만 자녀들에겐 필수 불가결한 비용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비용에 대해 지나치게 인색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겉으로 부모와 합의해 놓고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용돈의 중요한 역할은 ‘한계’를 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가 생각하는 가치와 다르더라도 어느 정도는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한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살 때부터 주느냐도 중요한 고민거리다. 아이마다 발육속도와 지적 능력의 개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용돈 지급 시기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어린이 경제 전문가들이 대체로 합의하는 시점은 동전과 지폐의 가치를 구별하는 때부터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1만원권 화폐와 500원짜리 동전의 가치를 구별하고, 그것으로 자신이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치를 이해할 때부터 용돈을 지급하기 시작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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