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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버려진 어머니의 일기

하루를 일년처럼 2006. 6. 22. 09:27

ㅡ어느 버려진 어머니의 일기ㅡ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 출처 ""이지데이" 승리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