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독을 바르실래요?
얼굴에 독을 바르실래요?
[한겨레] 미용평론가 오자와 다카하루와 폴라 비가운이 말하는 화장품의 거짓말…“연구소 개발” 호들갑은 믿지 않는게 상책… 꼭 성분확인하고
구입해야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여성의 91.4%가 기초화장품 외의 화장품도 바르고 있는(2004년 통계) 한국에서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죄’다. 아침에 기초화장품 4.2개, 색조화장품 5.6개를 17분에 걸려 바르고(태평양 2006년 설문조사), 저녁에 비누와 클렌징 폼으로 세안한 뒤, 자는 사이에 효과가 있다는 나이트크림을 바르고 잠이 든다.
씻어내고 닦아내고 다시 바르면서 24시간을 화장품에 싸여 지낸다. 그래서 누군가는 ‘쌩얼 열풍’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여성이 외출을 할 때 화장을 하는 사회이기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얼굴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쌩얼 열풍이 불러온 것은 ‘내추럴 메이크업’ ‘피부과학’이다.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합성 계면활성제’
“성장호르몬 hgH를 세계 최초로 초극세 캡슐화한 ○○는 피부 속에 침투하여 시간을 잊은 듯 팽팽하고 탄력 있게 만듭니다.”(ㅅ사 지면 광고) “○○은 몸의 면역 시스템을 향상시키며 글루칸은 랑게르한스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피부에 침투,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를 보호하고 상처 치유력과 재생력을 향상시킨다.”(잡지 기사) 광고나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 바르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3ml에 몇 만원씩 하는 금싸라기 화장품도 돈만 있다면 바르고 싶다. 그런데 ‘화장품을 쓰느니 안 쓰는 게 낫다’라고 독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다. 오자와 다카하루의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2006년 8월 발간, 미토스 펴냄)와 ‘화장품 경찰’로 불리며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명한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2005년 9월 발간, 소담출판사 펴냄)다.
오자와 다카하루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용평론가다. 그는 피지 역할을 하며 피부를 보호하던 화장품이 합성 화학품에 점령당했으며, 이런 화장품이 여성들의 피부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안도 기본에 충실한 비누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폴라 비가운은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의 화장품 비평가다. 그녀는 화장품 매장 판매원으로 취직되었다가 “약간은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고객에게 돈 낭비라고 생각되는 제품, 나쁘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도저히 팔 수 없어서” 해고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화장품 회사가 쓸데없는 효능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눈을 현혹시켜 비싼 값에 제품을 팔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화장품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상품 비평이다(국내판은 250여개 브랜드 중 국내 출시된 35개 브랜드만 추렸다. 그것도 폴라, 폰즈, 뉴트로지나 등 한국에서 직접 생산되는 제품은 전체적인 평만 실려 있다). 그저 그런 화장품에 비싼 가격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고 그에 적당한 몫을 찾아주기 위해서 화장품 비평을 한다.
오자와 비판의 요점은 화장품에 섞인 ‘합성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란 서로 겉도는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물질이다. 문제는 ‘합성’ 계면활성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석유에서 나온 물질로 합성 계면활성제를 개발해 세제를 만들었는데 미국은 이것으로 영양크림과 로션을 만들었다. 합성세제 회사는 낮 시간대 주부들의 멜로드라마 프로그램을 후원할 정도로 커진다. 이때 나온 용어가 ‘소프 오페라’다.
일본 세제 회사도 화장품 회사로 성장하고 드라마를 후원했다고 하는데, 화장품과 멜로드라마의 결합은 썩 어울려 보인다. 다른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세제 회사에서 화장품을 만들거나 화장품 회사에서 세제를 만든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세제에 쓰일 때는 ‘세정제’지만 화장품에 쓰일 때는 유연제, 어떨 때는 ‘스킨 컨디셔닝제’로 불린다. 이 합성 계면활성제는 피부장벽을 파괴한다. 피부장벽이 파괴되면 피부 속의 수분은 증발하고 피부는 빠르게 건조돼간다. 그리고 화장품에 포함돼 있는 화학첨가물, 향료, 타르색소 등은 피부 속으로 침투한다.
그는 화장품은 피지가 하는 작용만 해주면 된다고 말한다. 피부 관리도 피지 유실을 막아 피부장벽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피부의 특성상 무언가를 피부에 주입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왜냐하면 피부는 ‘배설기관’이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영양크림은 어떤 크림인가?”라는 질문을 해왔을 때 “영양크림은 무화과 관장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무화과 관장이란 무화과 모양의 플라스틱 관장기를 항문에 찔러넣고 용기를 눌러 안의 약물을 장에 넣는 것). 식도에서 장에 걸쳐 있는 것이 내피라면 피부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외피다. 피부는 땀을 버리고, 피지를 버리고, 몸속에 들어오는 나쁜 독을 버리고, 오래된 표피세포와 멜라닌을 배출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여기다가 억지로 무엇인가를 주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메커니즘이 없다.
보습제를 바를수록 건조해지는 피부
주름개선제나 보습제는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주름이 펴지고 부드럽게 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화장품은 피부장벽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물이 차면 팽팽해져서 피부는 부드러워지고 주름이 펴지는 것처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파괴된 피부장벽에 피부가 적응하게 되면서다. 그래서 보습 화장품을 바르면 계속해서 보습 화장품을 바를 수밖에 없어진다. 피부의 자정 능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보습 화장품을 바를수록 피부는 건조해진다. 그래서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보충하세요”는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것.
오자와가 보기에 폴라 비가운은 피부과학에서 ‘피부장벽’을 생각하지 않는,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서양’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폴라 비가운은 ‘피부장벽’이란 말을 쓰지 않고 피지 제거를 화장의 기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비가운은 “‘클렌징’은 있을지라도 ‘딥 클렌징’은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모공 속으로 들어간 화장품 성분이 노폐물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말 모공 속으로 침투해 대청소를 해낸다면 피부 손상이 너무나 커서 딥 클렌징의 효과는 무효가 된다.”
비가운과 오자와는 ‘합성 계면활성제’에서도 의견을 달리한다.
폴라 비가운은 이런 말이 ‘어번 레전드’(도시괴담)일 뿐이라고 말한다. 오자와가 합성 계면활성제라고 말하는 스킨 컨디셔닝제에는 폴리에틸렌 글리콜(PEG)도 있는데 “그럴싸한 이야기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떤 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PEG는 절대로 유독물질이 아니다.” PEG 계열 성분에 관한 부정적인 연구는 쥐에게 다량을 섭취시켰을 때 종양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 말을 피부에 유독하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유는 땅에서 캐내는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천연 물질”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천연물질이라면 무조건 열광하는 것만큼이나 현명하지 않은 태도라는 것.
비가운은 주름개선제나 노화방지제에 대해서는 다른 원리로 반박한다. 노화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레티놀이나 코엔자임 Q10, 비타민K, 녹차 혹은 포도주스 등을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별 효력은 없다. 예를 들어 레티놀을 보자. 레티놀이 주목받은 것은 활성성분 트레티노인이 비정상적 세포 생산을 어느 정도 정상에 가깝게 돌려준다는 실험실 증거가 나와서다. 하지만 화장품에 섞인 레티놀이 화장품 성분에 섞여 여러 단계를 거쳐 세포 생산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상품에 들어갈 경우는 0.1%에서 0.33%로 희석되는데 이렇게 적은 양으로는 어림도 없다.
마찬가지로 여러 연구소에서 개발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물질들은 일단 믿지 않는 게 상책이다. 새로운 기적의 성분을 화장품에 집어넣을 때마다 화장품 회사들은 모든 과거를 잊은 치매 환자처럼 유난을 떨었던 것이다. 기적의 물질은 1970년대에는 레몬, 80년대 초반에는 비타민E, 80년대 중반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80년대 후반에는 레티놀, 90년대 초반에는 AHA, 그 다음에는 비타민C였다. ‘피부과 전문의가 테스트한’ ‘실험실 테스트를 거친’ ‘특허받은 비결’ ‘순수 천연 성분’은 조심해야 할 문구다.
비가운은 오자와와 달리 보습제(모이스처라이저)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과용’이다. ‘퍼밍’ ‘토닝’ ‘리페어링’ ‘리프팅’이라는 말을 사용해 과한 가격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 ‘실험실 테스트’ 조심
자외선 차단제, 피지, 상재균 등에 대한 둘의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표 참조) 화장품을 적게 쓰라는 데서는 의견일치를 보인다. 폴라 비가운은 ‘화장품은 적게 사용할수록 이롭다’고 말하는데, 적어도 클렌저, 자외선 차단제, 유분 함유 AHA 및 BHA 제품은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오자와 다카하루는 비누로 세안을 하고, 비누의 알칼리를 안정시키는 산성 스킨이나 산뜻하지 않은(!) 콜드 크림, 배니싱 크림을 쓰라고 한다. 그리고 둘 다 화장품을 살 때 성분을 확인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성분표시제가 준비 중이라 이 길은 묘연하다. 화장품에는 호호바 오일, 콜라겐 등 ‘홍보’ 성분만을 적어두고 있다.
식약청은 전 성분을 표시하고 사용기한 표시도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화장품법 개정을 앞두고 용어 통일 중에 있다. 현재는 원료로 쓸 수 있는 항목과 쓸 수 없는 항목을 정하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성분이 들어갈 경우를 심사하는 식이다(포지티브·네거티브 리스트). 상품을 가져다가 성분을 조사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시중 데오드란트에서는 생식독성 물질이라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돼 문제가 되기도 했고, 7월27일 적발된 수은 화장품인 ‘바쉬티 크림’의 경우도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증된 제품이었다(기능성 화장품은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세 분야로 나뉘어 있고 화장품 회사에서 기능성 성분으로 제출하면 효력을 실험해 허가해준다. 자외선 차단의 경우 정해진 ‘세포 내 멜라닌 생성 저해 시험’을 통과해야 된다). 이것은 전성분표시제가 되더라도 여전히 계속될 문제다.
화장품에 든 유해물질을 확인하는 데는 미국 환경그룹 EWG(Environment Working Group)의 스킨딥 사이트(http://www.ewg.org/reports/skindeep2/)를 이용할 수 있다. 외국 화장품에 한해서지만 제품별, 상품별, 메이커별로 검색해 유방암 발병 의심 물질이나,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물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페이지를 펼쳐보고는 그 많은 유해물질(혹은 의심물질)에 놀라리라.
자외선 차단제를 내 손으로!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여성의 91.4%가 기초화장품 외의 화장품도 바르고 있는(2004년 통계) 한국에서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죄’다. 아침에 기초화장품 4.2개, 색조화장품 5.6개를 17분에 걸려 바르고(태평양 2006년 설문조사), 저녁에 비누와 클렌징 폼으로 세안한 뒤, 자는 사이에 효과가 있다는 나이트크림을 바르고 잠이 든다.
씻어내고 닦아내고 다시 바르면서 24시간을 화장품에 싸여 지낸다. 그래서 누군가는 ‘쌩얼 열풍’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여성이 외출을 할 때 화장을 하는 사회이기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얼굴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쌩얼 열풍이 불러온 것은 ‘내추럴 메이크업’ ‘피부과학’이다.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합성 계면활성제’
“성장호르몬 hgH를 세계 최초로 초극세 캡슐화한 ○○는 피부 속에 침투하여 시간을 잊은 듯 팽팽하고 탄력 있게 만듭니다.”(ㅅ사 지면 광고) “○○은 몸의 면역 시스템을 향상시키며 글루칸은 랑게르한스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피부에 침투,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를 보호하고 상처 치유력과 재생력을 향상시킨다.”(잡지 기사) 광고나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 바르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3ml에 몇 만원씩 하는 금싸라기 화장품도 돈만 있다면 바르고 싶다. 그런데 ‘화장품을 쓰느니 안 쓰는 게 낫다’라고 독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다. 오자와 다카하루의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2006년 8월 발간, 미토스 펴냄)와 ‘화장품 경찰’로 불리며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명한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2005년 9월 발간, 소담출판사 펴냄)다.
오자와 다카하루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용평론가다. 그는 피지 역할을 하며 피부를 보호하던 화장품이 합성 화학품에 점령당했으며, 이런 화장품이 여성들의 피부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안도 기본에 충실한 비누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폴라 비가운은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의 화장품 비평가다. 그녀는 화장품 매장 판매원으로 취직되었다가 “약간은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고객에게 돈 낭비라고 생각되는 제품, 나쁘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도저히 팔 수 없어서” 해고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화장품 회사가 쓸데없는 효능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눈을 현혹시켜 비싼 값에 제품을 팔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화장품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상품 비평이다(국내판은 250여개 브랜드 중 국내 출시된 35개 브랜드만 추렸다. 그것도 폴라, 폰즈, 뉴트로지나 등 한국에서 직접 생산되는 제품은 전체적인 평만 실려 있다). 그저 그런 화장품에 비싼 가격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고 그에 적당한 몫을 찾아주기 위해서 화장품 비평을 한다.
오자와 비판의 요점은 화장품에 섞인 ‘합성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란 서로 겉도는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물질이다. 문제는 ‘합성’ 계면활성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석유에서 나온 물질로 합성 계면활성제를 개발해 세제를 만들었는데 미국은 이것으로 영양크림과 로션을 만들었다. 합성세제 회사는 낮 시간대 주부들의 멜로드라마 프로그램을 후원할 정도로 커진다. 이때 나온 용어가 ‘소프 오페라’다.
일본 세제 회사도 화장품 회사로 성장하고 드라마를 후원했다고 하는데, 화장품과 멜로드라마의 결합은 썩 어울려 보인다. 다른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세제 회사에서 화장품을 만들거나 화장품 회사에서 세제를 만든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세제에 쓰일 때는 ‘세정제’지만 화장품에 쓰일 때는 유연제, 어떨 때는 ‘스킨 컨디셔닝제’로 불린다. 이 합성 계면활성제는 피부장벽을 파괴한다. 피부장벽이 파괴되면 피부 속의 수분은 증발하고 피부는 빠르게 건조돼간다. 그리고 화장품에 포함돼 있는 화학첨가물, 향료, 타르색소 등은 피부 속으로 침투한다.
그는 화장품은 피지가 하는 작용만 해주면 된다고 말한다. 피부 관리도 피지 유실을 막아 피부장벽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피부의 특성상 무언가를 피부에 주입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왜냐하면 피부는 ‘배설기관’이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영양크림은 어떤 크림인가?”라는 질문을 해왔을 때 “영양크림은 무화과 관장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무화과 관장이란 무화과 모양의 플라스틱 관장기를 항문에 찔러넣고 용기를 눌러 안의 약물을 장에 넣는 것). 식도에서 장에 걸쳐 있는 것이 내피라면 피부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외피다. 피부는 땀을 버리고, 피지를 버리고, 몸속에 들어오는 나쁜 독을 버리고, 오래된 표피세포와 멜라닌을 배출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여기다가 억지로 무엇인가를 주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메커니즘이 없다.
보습제를 바를수록 건조해지는 피부
주름개선제나 보습제는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주름이 펴지고 부드럽게 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화장품은 피부장벽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물이 차면 팽팽해져서 피부는 부드러워지고 주름이 펴지는 것처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파괴된 피부장벽에 피부가 적응하게 되면서다. 그래서 보습 화장품을 바르면 계속해서 보습 화장품을 바를 수밖에 없어진다. 피부의 자정 능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보습 화장품을 바를수록 피부는 건조해진다. 그래서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보충하세요”는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것.
오자와가 보기에 폴라 비가운은 피부과학에서 ‘피부장벽’을 생각하지 않는,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서양’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폴라 비가운은 ‘피부장벽’이란 말을 쓰지 않고 피지 제거를 화장의 기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비가운은 “‘클렌징’은 있을지라도 ‘딥 클렌징’은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모공 속으로 들어간 화장품 성분이 노폐물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말 모공 속으로 침투해 대청소를 해낸다면 피부 손상이 너무나 커서 딥 클렌징의 효과는 무효가 된다.”
비가운과 오자와는 ‘합성 계면활성제’에서도 의견을 달리한다.
폴라 비가운은 이런 말이 ‘어번 레전드’(도시괴담)일 뿐이라고 말한다. 오자와가 합성 계면활성제라고 말하는 스킨 컨디셔닝제에는 폴리에틸렌 글리콜(PEG)도 있는데 “그럴싸한 이야기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떤 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PEG는 절대로 유독물질이 아니다.” PEG 계열 성분에 관한 부정적인 연구는 쥐에게 다량을 섭취시켰을 때 종양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 말을 피부에 유독하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유는 땅에서 캐내는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천연 물질”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천연물질이라면 무조건 열광하는 것만큼이나 현명하지 않은 태도라는 것.
비가운은 주름개선제나 노화방지제에 대해서는 다른 원리로 반박한다. 노화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레티놀이나 코엔자임 Q10, 비타민K, 녹차 혹은 포도주스 등을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별 효력은 없다. 예를 들어 레티놀을 보자. 레티놀이 주목받은 것은 활성성분 트레티노인이 비정상적 세포 생산을 어느 정도 정상에 가깝게 돌려준다는 실험실 증거가 나와서다. 하지만 화장품에 섞인 레티놀이 화장품 성분에 섞여 여러 단계를 거쳐 세포 생산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상품에 들어갈 경우는 0.1%에서 0.33%로 희석되는데 이렇게 적은 양으로는 어림도 없다.
마찬가지로 여러 연구소에서 개발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물질들은 일단 믿지 않는 게 상책이다. 새로운 기적의 성분을 화장품에 집어넣을 때마다 화장품 회사들은 모든 과거를 잊은 치매 환자처럼 유난을 떨었던 것이다. 기적의 물질은 1970년대에는 레몬, 80년대 초반에는 비타민E, 80년대 중반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80년대 후반에는 레티놀, 90년대 초반에는 AHA, 그 다음에는 비타민C였다. ‘피부과 전문의가 테스트한’ ‘실험실 테스트를 거친’ ‘특허받은 비결’ ‘순수 천연 성분’은 조심해야 할 문구다.
비가운은 오자와와 달리 보습제(모이스처라이저)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과용’이다. ‘퍼밍’ ‘토닝’ ‘리페어링’ ‘리프팅’이라는 말을 사용해 과한 가격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 ‘실험실 테스트’ 조심
자외선 차단제, 피지, 상재균 등에 대한 둘의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표 참조) 화장품을 적게 쓰라는 데서는 의견일치를 보인다. 폴라 비가운은 ‘화장품은 적게 사용할수록 이롭다’고 말하는데, 적어도 클렌저, 자외선 차단제, 유분 함유 AHA 및 BHA 제품은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오자와 다카하루는 비누로 세안을 하고, 비누의 알칼리를 안정시키는 산성 스킨이나 산뜻하지 않은(!) 콜드 크림, 배니싱 크림을 쓰라고 한다. 그리고 둘 다 화장품을 살 때 성분을 확인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성분표시제가 준비 중이라 이 길은 묘연하다. 화장품에는 호호바 오일, 콜라겐 등 ‘홍보’ 성분만을 적어두고 있다.
식약청은 전 성분을 표시하고 사용기한 표시도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화장품법 개정을 앞두고 용어 통일 중에 있다. 현재는 원료로 쓸 수 있는 항목과 쓸 수 없는 항목을 정하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성분이 들어갈 경우를 심사하는 식이다(포지티브·네거티브 리스트). 상품을 가져다가 성분을 조사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시중 데오드란트에서는 생식독성 물질이라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돼 문제가 되기도 했고, 7월27일 적발된 수은 화장품인 ‘바쉬티 크림’의 경우도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증된 제품이었다(기능성 화장품은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세 분야로 나뉘어 있고 화장품 회사에서 기능성 성분으로 제출하면 효력을 실험해 허가해준다. 자외선 차단의 경우 정해진 ‘세포 내 멜라닌 생성 저해 시험’을 통과해야 된다). 이것은 전성분표시제가 되더라도 여전히 계속될 문제다.
화장품에 든 유해물질을 확인하는 데는 미국 환경그룹 EWG(Environment Working Group)의 스킨딥 사이트(http://www.ewg.org/reports/skindeep2/)를 이용할 수 있다. 외국 화장품에 한해서지만 제품별, 상품별, 메이커별로 검색해 유방암 발병 의심 물질이나,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물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페이지를 펼쳐보고는 그 많은 유해물질(혹은 의심물질)에 놀라리라.
자외선 차단제를 내 손으로!
집에서 모여 만드는 천연 알로에 선크림
▣ 김선미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자외선 차단제는 폴라 비가운이 거듭 강조해 말하는 필수 화장품. 오자와 또한 자외선 차단제가 서양 사람들의 호들갑이라고 하면서도 햇볕이 무더운 날에는 바르라고 말한다. 폴라 비가운은 자외선차단 지수는 UVB를 막는 지수이므로 UVA를 막기 위해서는 티타늄디옥사이드, 징크옥사이드, 아보벤존(혹은 파솔1789, 부틸메톡시디벤조일메탄), 멕소릴SM이 들어 있는지를 꼭 확인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장품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면 찾기보다 직접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들기 활동이 다 그렇듯, 다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복잡하진 않지만 과정이 생소하므로 여러 명이 의논할 수도 있고, 50~100g 단위로 파는 재료를 나눠서 사용하기에도 좋다. 재료는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이나 개인 공방, 남대문시장, 방산시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손을 청결히 하고, 사용하는 용기를 모두 소독해야 한다. 소독 방법은 약국에서 파는 일반(98%) 알코올을 용기에 잘 분무한 뒤 말리는 것이다.
천연 화장품은 화학적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쉽게 변질되지는 않으므로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더라도 집에 돌아와서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오일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재료 소개(100ml용)
*이멀시파잉 왁스 6g: 코코아 분말에서 추출된다.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유화제로 가장 널리 쓰이나, 많이 넣으면 하얗게 밀릴 수가 있다. *티타늄 디옥사이드 1g: 일반적인 자외선 차단제에서 보조 차단제로 사용되고 있다. 천연 광물 성분으로, 피부에 흡수되는 화학적 차단 성분과 달리 피부 위에서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많이 넣어도 로션에 잘 녹지 않고 오히려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아주 소량만 넣는다. *비타민E(토코페롤) 2g: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비누나 크림의 산패를 늦춰주며, 보습력이 좋아진다. 콩 등 식물에 많이 함유돼 있다. *티트리(Tea Tree) 에센셜 오일 1ml: 항균 효과가 있어 피부 정화 작용, 여드름, 화상, 무좀, 습진, 비듬 등에 좋으며, 라벤더와 같이 가장 인체에 안전한 오일 중 하나이다. 오렌지, 레몬, 베르가못, 그레이프푸르츠, 만다린 등 감귤류의 에센셜 오일은 햇빛을 받으면 감광작용이 일어나 피부에 색소 침착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 외 수상층(알로에 베라겔 85g), 유상층(시어버터 2g, 호호바 오일 3g, 포도씨 오일 4g), 글리세린 2g
*버너, 온도계, 저울(1g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것), 가열 그릇(플라스틱이나 양은 냄비는 안 됨), 화장품 용기(100ml용)
만드는 방법
1. 용기 하나에 오일과 이멀시파잉 왁스를 함께 넣고 70~75℃까지 가열한다(유상층).
2. 다른 용기에 알로에 베라겔과 티타늄 디옥사이드를 섞어서 70~75℃로 가열한다(수상층).
3. 수상층과 유상층이 같은 온도가 되었을 때, 수상층을 유상층에 붓고 재빨리 저어준다.
4. 15~30분 정도, 걸쭉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젓는다.
5. 저어주면서 글리세린, 비타민E를 넣고, 티트리 에센셜 오일은 약간 걸쭉해질 즈음에 넣는다.
6. 식힌 뒤 용기에 담는다.
▣ 김선미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자외선 차단제는 폴라 비가운이 거듭 강조해 말하는 필수 화장품. 오자와 또한 자외선 차단제가 서양 사람들의 호들갑이라고 하면서도 햇볕이 무더운 날에는 바르라고 말한다. 폴라 비가운은 자외선차단 지수는 UVB를 막는 지수이므로 UVA를 막기 위해서는 티타늄디옥사이드, 징크옥사이드, 아보벤존(혹은 파솔1789, 부틸메톡시디벤조일메탄), 멕소릴SM이 들어 있는지를 꼭 확인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장품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면 찾기보다 직접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들기 활동이 다 그렇듯, 다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복잡하진 않지만 과정이 생소하므로 여러 명이 의논할 수도 있고, 50~100g 단위로 파는 재료를 나눠서 사용하기에도 좋다. 재료는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이나 개인 공방, 남대문시장, 방산시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손을 청결히 하고, 사용하는 용기를 모두 소독해야 한다. 소독 방법은 약국에서 파는 일반(98%) 알코올을 용기에 잘 분무한 뒤 말리는 것이다.
천연 화장품은 화학적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쉽게 변질되지는 않으므로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더라도 집에 돌아와서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오일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재료 소개(100ml용)
*이멀시파잉 왁스 6g: 코코아 분말에서 추출된다.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유화제로 가장 널리 쓰이나, 많이 넣으면 하얗게 밀릴 수가 있다. *티타늄 디옥사이드 1g: 일반적인 자외선 차단제에서 보조 차단제로 사용되고 있다. 천연 광물 성분으로, 피부에 흡수되는 화학적 차단 성분과 달리 피부 위에서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많이 넣어도 로션에 잘 녹지 않고 오히려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아주 소량만 넣는다. *비타민E(토코페롤) 2g: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비누나 크림의 산패를 늦춰주며, 보습력이 좋아진다. 콩 등 식물에 많이 함유돼 있다. *티트리(Tea Tree) 에센셜 오일 1ml: 항균 효과가 있어 피부 정화 작용, 여드름, 화상, 무좀, 습진, 비듬 등에 좋으며, 라벤더와 같이 가장 인체에 안전한 오일 중 하나이다. 오렌지, 레몬, 베르가못, 그레이프푸르츠, 만다린 등 감귤류의 에센셜 오일은 햇빛을 받으면 감광작용이 일어나 피부에 색소 침착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 외 수상층(알로에 베라겔 85g), 유상층(시어버터 2g, 호호바 오일 3g, 포도씨 오일 4g), 글리세린 2g
*버너, 온도계, 저울(1g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것), 가열 그릇(플라스틱이나 양은 냄비는 안 됨), 화장품 용기(100ml용)
만드는 방법
1. 용기 하나에 오일과 이멀시파잉 왁스를 함께 넣고 70~75℃까지 가열한다(유상층).
2. 다른 용기에 알로에 베라겔과 티타늄 디옥사이드를 섞어서 70~75℃로 가열한다(수상층).
3. 수상층과 유상층이 같은 온도가 되었을 때, 수상층을 유상층에 붓고 재빨리 저어준다.
4. 15~30분 정도, 걸쭉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젓는다.
5. 저어주면서 글리세린, 비타민E를 넣고, 티트리 에센셜 오일은 약간 걸쭉해질 즈음에 넣는다.
6. 식힌 뒤 용기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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