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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돈가방 찾아준 ‘아름다운 손’

하루를 일년처럼 2006. 11. 11. 13:07

1억 돈가방 찾아준 ‘아름다운 손’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1억원이 든 돈가방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

가방을 돌려준 직원은 40대 계약직 역무원이었다.

서울역에서 개표 직원으로 일하는 이수옥씨(43)가 돈가방을 발견한 건 9일 오후 10시쯤. 3층 대합실 의자에 검정색 서류가방이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동대구행 막차가 떠난 직후라 대합실에 승객은 거의 없었다. 직감적으로 승객이 분실한 가방이라고 판단한 이씨는 그래도 가방을 30분간 지켜봤다. 화장실에서 나온 승객 가운데 누구도 가방 쪽으로 가지 않았다. 확실한 분실물이었다. 이씨는 가방을 유실물센터에 맡겼다.

다음날인 10일 오전 9시쯤 유실물센터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경찰과 함께 가방을 확인한 이씨는 깜짝 놀랐다. 현금 1천5백만원과 수표 9천5백만원 등 총 1억1천만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방에 있던 명함을 통해 확인한 주인은 대구에 있는 섬유회사 직원인 곽모씨(44)였다. 곽씨는 9일 서울의 거래처에서 수금한 뒤 대구로 내려가다가 서울역 내에 가방을 놓고 열차에 탔다. 10일 아침 가방을 분실한 사실을 안 곽씨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꼼짝없이 가방을 잃은 줄 알았다. 곽씨는 “집을 팔아 1억원을 메우고 사표도 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연락을 받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 가방을 찾은 곽씨는 이날 이씨를 만나 “생명의 은인”이라며 이씨의 손을 꼭 잡았다. 이씨는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할 것”이라며 “가방 하나 돌려줬을 뿐인데 이렇게 고마워하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5년째 서울역에서 근무 중인 이씨는 고교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단란한 가정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씨는 “우리 가족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씨는 “서울역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체로 누군가가 가져가기 때문에 찾기 힘들다”며 “곽씨는 정말 운이 좋았다. 승객분들이 조금만 주의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로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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