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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풀물레방아의 전설 / 우학스님

하루를 일년처럼 2014. 8. 6. 11:05

 

 

 

 

 

 

오늘처럼 팔월의 장대비가 쏟아지면

아주 가끔은 하늘을 봅니다

 

 

빗방울 하나가 자기라고 생각하라는

한 소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음 짙어 그늘 깊을 때

청평사 계곡은 물장난 하기 좋을 정도의

반지르르한 기운이 돌돌돌 흘러 내렸습니다

그 곳엔 지금도 짝을 이룬

두 대의 억새풀 물레방아가 물 자아 올리며

하늘 향해 방울 물 튕기고 있습니다

 

 

하얀 것만 좋아하던 소녀는

이 세상에서의 인연이 길지 않았음을 느꼈는지

냇가에 드리운 산뽕나무 오디를

고 하얀 앞니로 잘근잘근 씹으면서

밉지 않을 만큼의 귀염을 떨었습니다

나는 팔이 저리고 아플 때까지

큰 고목이 된 산뽕나무 가지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

송골송골 땀방울 맺힌 내 넓은 이마에

수고의 댓가로 흰 손수건을 갖다대던 하얀 소녀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억새풀 물레방아의

계곡 가득한 소리에 귀 갖다대며

작은 입 벌려 빗방울 되어

다시 오리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때도 오늘처럼 늦은 오후였습니다

스무해 세월을 가로질러

청평사 계곡의 억새풀 물레방아는 돌아가고 있습니다

팔월의 장대비를 보니 그렇습니다

 

 

 

 


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종무소 원글보기
메모 : vjrkasl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