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팔월의 장대비가 쏟아지면 아주 가끔은 하늘을 봅니다
빗방울 하나가 자기라고 생각하라는 한 소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음 짙어 그늘 깊을 때 청평사 계곡은 물장난 하기 좋을 정도의 반지르르한 기운이 돌돌돌 흘러 내렸습니다 그 곳엔 지금도 짝을 이룬 두 대의 억새풀 물레방아가 물 자아 올리며 하늘 향해 방울 물 튕기고 있습니다
하얀 것만 좋아하던 소녀는 이 세상에서의 인연이 길지 않았음을 느꼈는지 냇가에 드리운 산뽕나무 오디를 고 하얀 앞니로 잘근잘근 씹으면서 밉지 않을 만큼의 귀염을 떨었습니다 나는 팔이 저리고 아플 때까지 큰 고목이 된 산뽕나무 가지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 송골송골 땀방울 맺힌 내 넓은 이마에 수고의 댓가로 흰 손수건을 갖다대던 하얀 소녀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억새풀 물레방아의 계곡 가득한 소리에 귀 갖다대며 작은 입 벌려 빗방울 되어 다시 오리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때도 오늘처럼 늦은 오후였습니다 스무해 세월을 가로질러 청평사 계곡의 억새풀 물레방아는 돌아가고 있습니다 팔월의 장대비를 보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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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종무소 원글보기
메모 : vjrkasl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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