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노숙자.집시들의 '밥퍼' 신성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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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지난 22일 아침 헝가리 부다페스트 서부역 앞 지하도. 연중 수십명의 노숙자들이 거처하는 이 곳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국인 부부가 있다.
부다페스트 케젤렘 교회 신성학(43) 목사와 부인 최성옥(43)씨. 양손에는 헝가리 전통 수프인 구야쉬가 가득 든 국통이 들려있다.
지난 2000년 선교 목적으로 이 곳에 온 신 목사 부부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노숙자와 걸인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복음을 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더 급하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벌써 7년째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하루에 샌드위치 20개로 시작했지만 신 목사의 선행에 공감한 주변 지인들의 후원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든 구야쉬와 소시지로 바뀌었다.
노숙자들이 거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 동안 신 목사는 부인의 신시사이저 연주에 맞춰 남저음 목청으로 찬송가를 부른다.
부다페스트에 오기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페라를 전공했던 그의 찬송가가 지하도에 울려 퍼지면 지나가던 행인들도 이내 발걸음을 멈춘다.
신 목사는 처음 헝가리에 오기 전 상류층을 선교 대상으로 생각했었다. 정통 성악가로서의 재능이 상류층 선교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나먼 유럽 땅에서 노숙자들을 보는 순간 그의 인생이 달라져 버렸다.
길거리에서 노숙자들에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뒤 그는 처음엔 이들을 데리고 기도하고 찬송하는 일도 길거리에서 했다. 한마디로 노숙자가 신도인 거리교회였다.
1년 후 서부역 뒤 낡은 교실 한 칸을 빌려 교회로 사용하다가 시끄럽다고 쫓겨나기도 했다.
노숙자들의 예배당을 위해 단칸 월세를 전전하던 그는 2002년 헝가리 감리교의 한 원로 목사의 도움으로 현지 교회 건물을 일요일 오후에만 쓰도록 허락받았다.
2년 만에 버젓한 교회 건물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신 목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부다페스트 근교의 집시 마을에서 이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그는 집시들을 선교대상으로 삼고 그들의 어려운 생활을 돕기로 결심했다.
"환기통도 없는 창고에서 7-8명씩 새우잠을 자고 한겨울에 양말도 없이 지내는 집시 어린이들을 보니 눈물이 나더군요"
지난 2003년 초 궁리 끝에 그는 집시를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성악을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확신한 그는 사방팔방으로 도움을 청하러 다녔고 그의 뜻에 감동한 세계 정상급의 리스트 음대 교수들이 연주자로 나서줬다.
2003년과 2004년 이같은 방법으로 두 차례 자선 음악회를 열어 집시 마을 2곳의 1천500명에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한 그는 내달 7일 리스트 음대에서 3번째 음악회를 연다.
그러나 이번 음악회는 이전과는 그 목적이 다르다. 단순한 생필품 지원이 아니라 집시들에게 삶의 희망과 기술을 제공할 유럽집시센터와 중고교생들을 위한 직업학교를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에서 집시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이들을 위한 전문 교육 기관이 들어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3월 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신 목사는 유럽연합(EU)의 기금으로 건축비의 40-50%를 충당한 뒤 나머지 비용은 이번 음악회의 모금액과 헝가리 주재 한국 대기업들의 후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 집시들은 유랑생활을 접고 집단 거주를 합니다. 보통 7-8명의 자녀를 두는 집시들은 향후 10년 후면 헝가리 초등학교 입학 어린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수년 전 겨울, 매일 만나 국을 퍼주던 절친한 노숙자가 "코트가 필요하다"고 말해 갖다 주겠다고 했는데 며칠 뒤 추위에 얼어 죽었을 때 그는 "사랑은 절대 미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숙자에 이어 집시들을 삶의 동반자로 삼은 신 목사는 유럽의 '밥퍼 목사'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말에 "모든 목사와 모든 기독교인이 밥퍼 목사가 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http://blog.yonhapnews.co.kr/faith2m/
fai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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