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없는 조각가 "이 팔이라도 남겨줘 고맙다"
[TV 리포트]죽은 나무 뿌리를 삶아 껍질을 벗긴 후 정교하게 다듬어 작품을 완성하는 나무뿌리공예. 다루기가 쉽지 않아 보통 사람도 힘들다는 이 작품활동을 두 팔 없이 해내는 예술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나무뿌리 공예가 정운재(74) 할아버지. 지난 16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그의 사연을 전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인적드문 산골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있는 정 씨는 6. 25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해 폭격을 맞으면서 양팔을 모두 잃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않아 아내 조덕호(61)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무를 깎고 다듬어 탄생시키는 조각품들은 온전히 정 씨가 손수 만든 것들.
집 안 한쪽을 가득 매운 그의 장식장엔 낙타나 신화 속 동물 해태와 같이 종류도 다양한 작품들이 한가득 들어 앉아있다. 나무의 자연결을 그대로 살린 솜씨가 보통은 넘어 보이는 수작들이다.
"내가 만들었다고 하면 남들이 거짓말 한다 그래요..."
두 팔 없이 불편한 몸으로 만든 조각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작품들이라는 뜻일 터. 왠만한 사람들도 만들기 힘든 정교한 작품은 제작진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이렇듯 지금은 여느 예술가 못지 않게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정 씨지만 예전엔 아픔도 많았다. 지금 자신의 몸을 받아 들이기까지도 무려 50여 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하니 그간의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다.
국가유공자라는 명예와 함께 남겨진 자신의 상처를 견뎌낼 수 없었다는 정 씨. 그는 "당시 자살을 시도해도 안되더라"며 "그 당시 기분을 말하자면 `누가 나를 때려죽여 줬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고 털어놨다.
그렇게 그저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정 씨가 긴 방황을 끝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느즈막히 만난 아내 조덕호(61)씨의 사랑과 보살핌 덕분이다. 6년 전 만나 서로의 상처를 딛고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항상 서로 아껴주고 그렇죠...마음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항상 마음으로 위해주고 생각한다" 는 아내를 보며 정 씨는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뿌리 공예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생각하다 찾게 된 것이라고 하니 이들의 살가운 부부애가 신혼부부 못지 않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비록 불편한 몸으로 나무를 다듬느라 팔에는 상처가 한가득이고 땀이 가실 날이 없지만 "힘든 것조차 잊고 지낸다" 며 자신의 행복을 한껏 드러냈다.
"내가 이래서 이 손이라도 이 정도 남겨줘서 고맙다 그래~ 허허~"
(사진 = 방송장면)[이제련 기자 carrot_1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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