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섭섭해요***
고치기 힘든 성격 탓하다 보면 계속 섭섭
불만 가질수록 갈등 커져…이해해야 화목
생일인데도 남편은 당직한 후 전화 한 통 없고, 저녁 같이
먹자고 했던 것도 잊었는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특별히 서운함을 느끼는 편이 아닌데,
남편이 무심한 것에는 많이 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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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남이 볼 때 약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단지 어떤 점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것이 약점이 되는 것이지요.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바꾸면 됩니다. 아니면 그 약점을 수용하든지요.
남편에 대한 섭섭함을 참기 어렵고 자신에게는 무엇보다도
다정다감함이 가장 중요하다면 남편과 헤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남편의 성격은 고쳐지기 어렵고 애정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닌 데다 그것 이외에는 특별히 다른 문제는 없는
사람이니까요. 남편은 원래 개인사에 무심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 자꾸 관심을 가져달라 하고 섭섭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에 와서 남편의 그런 성격을 고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정하고 살려고 해도 섭섭함이 일어나 괴롭다는 것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입니다. 저기 있는 산을 보고
나를 좋아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산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산에 대한 원망이
생길 때마다 그것은 자신의 기대심 때문이라는 것을 보셔야
합니다.
모든 것은 나의 문제이고 나의 기대심에서 비롯됩니다.
인생은 참 가지각색입니다. 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놓고,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옛날 우리 할머니들
세대에는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는 공무원을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때 공무원 남편이 출장을 다니며 두 집
살림을 하더라도 본처를 버리지 않고 생활비만 보내주면,
살림을 차리든 말든 본처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머니들 세대는 바람을 피우더라도
살림 차리는 것까지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 우리 세대에 와서는 바람피우는 것 자체가 절대로
이해받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여성의 권리가 그만큼
신장되어 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삶의 현실적 조건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애정과 관심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출근길에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일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도 껴안고 입 맞추는 일이 예사롭습니다.
기성세대에게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부자연스럽고 또 그들은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때
그때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며 전달하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모습이 이처럼 다양한 것이다 보니,
생계의 힘겨움으로 인한 것이든 애정 표현의 불만족에서
오는 것이든 사람의 번뇌를 어느 쪽이 크거나 작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무심함을 괴로운 문제로 생각하면 할수록
부부 관계는 더욱 금만 갈 뿐이며 남편이 자꾸 미워지고
남편에 대한 섭섭함은 더해집니다. 그래서 지금의 남편을
이해하고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기꺼이 받아들이시면,
나도 좋고 남편도 좋고 또 아이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보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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