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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식탁에 잘 어울리는 쌈과 잡곡 이야기

하루를 일년처럼 2006. 7. 11. 17:57

여름식탁에 잘 어울리는 쌈과 잡곡 이야기

쌈에 대하여

 

우리의 쌈 역사는 20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땅에서 나는 채소 중 잎이 좀 크다 싶은 것치고 쌈 재료가 아닌 것이 없을 만큼 쌈밥은 독특한 우리 민속 음식 중 하나. 그 중에서도 삼국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상추쌈의 역사가 가장 길다. 중국 상추문화의 시원도 실은 고구려 사신들이 전달한 상추 씨에서 비롯한다. 심지어 고구려의 상추 맛에 반한 중국인들이 상추 씨를 구하는 데 천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해 상추를 천금채(千金菜)라 부르기도 했다.

쌈의 역사가 상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깻잎이나 배추속대 같은 밭작물부터 겨울철에는 가을에 말려둔 산나물을 불려 싸먹기도 했고, 김이나 해초를 쌈 재료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풍습은 정월 대보름에 배춧잎과 굽지 않은 생김을 큼지막하게 싸 먹는 ‘복쌈 먹기’를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 하얀 쌀밥이 갖는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일. 귀한 쌀밥을 푸짐하게 싸먹는 것만으로도 복을 불러오는 일이라 여겼다. 쌈밥은 지체 높은 임금님까지도 별식으로 즐겨 먹었던 음식으로 고종과 순종 때는 아예 ‘상추쌈차림’이라는 궁중 음식을 따로 두기도 했다. 이때 차려진 반상이 지금의 남도 쌈밥과 흡사하다. 상차림엔 다양한 채소와 쌈장, 약고추장에 장조림, 병어감정, 보리새우볶음, 장똑또기 등의 영양식을 찬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쌈을 싸먹는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예의를 존중했던 양반집에서 손으로 싼 쌈을 입 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먹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긴 탓이다. 대신, 숟가락으로 밥을 떠 그릇 위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젓가락으로 쌈채를 집어 밥 위에 얹어 먹는 것을 권했다. 심지어 장도 쌈을 입에 넣은 후 젓가락으로 찍어먹었을 정도. 그러나 쌈은 뭐니뭐니해도 손으로 꼭꼭 싸서 먹음직스럽게 우물우물 씹어먹는 것이 최고가 아니던가.

쌈, 그 종류와 효능

유기농, 저농약 야채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요즘 셀 수 없이 다양한 쌈채가 선보이고 있다. 먹어본 경험이 있음에도 이름조차 모르는 쌈채, 그 종류와 효능을 알아본다.


1. 잎파슬리(향나물) 봄부터 초여름이 제철. 장식채소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잎 끝을 잘라 양상추 등 다른 채소와 곁들이면 향과 맛이 배가된다. 이뇨작용, 혈액 정화작용, 해독작용을 한다.

2. 트레비소 자주색 앵배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종은 치커리과다. 줄기는 희고 잎은 자색이라 색 대비가 입맛을 돋운다. 부드럽고 약간 쓴맛이 나
치커리, 엔다이브, 크레송 등과 잘 어울린다.

3. 셀러리 초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 맛. 미나리와 비슷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을 살려 고기나 생선,
베이컨 등과 곁들이면 좋다. 정장작용, 이뇨작용, 강장작용을 한다.

4. 비타민(다채) 시금치 2배의
카로틴을 함유하며 단맛이 난다. 하루 100g이면 그날 필요한 비타민 A의 80%를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장점. 1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는 쌈채다.

5. 겨자채 푸른색과 적색 두 가지. 열매맺기 전에 나오는 잎을 사용한다. 특유의 매콤 쌉싸름한 맛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카로틴, 칼슘, 철 등을 함유하고 있다.

6. 비트 순무와 닮았다. 뿌리는 무채를 썰 듯 썰어 샐러드나 즙으로 갈아 마시고, 잎은 쌈채로 활용한다. 잎에는
사포닌이 많이 함유돼 있어 치아 건강에 탁월하다.

7. 케일
양배추, 브로콜리의 선조다. 쌉쌀한 맛에 두껍고 뻣뻣한 편이라 숙쌈으로 이용하기도. 치커리류와 곁들이면 단맛을 즐길 수 있다. 발암물질 해독성분과 당뇨, 고혈압 개선 효과가 있다.

8. 신선초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는
미나리과 다년초 식물. 특유의 향에 쓴맛이 난다. 생쌈이나 샐러드 등에 두루 이용된다.

9. 근대 비트와 같은 부류로 어린잎을 떼어내 사용한다. 여름부터 초겨울까지가 제철. 숙쌈으로 활용하는 것이 맛좋다. 조림음식과 잘 어울리며 카로틴, 칼슘, 철, 비타민 B 등을 함유하고 있다,

10. 로즈(꽃케일) 백색과 보라색 두 종류. 하루 세 장 정도면 칼슘, 철, β카로틴, 비타민 C·E 등 충분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당뇨와 고혈압 개선에 효과가 있다.

11. 치커리 잎이 연하고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다. 쌉싸름한 맛이 약간 돌아 입맛 없을 때 쌈이나 샐러드로 즐기면 상큼하다. 위를 진정시키고 소화를 돕는다. 뿌리는 차로 끓여먹기도 한다.

12. 청경채 중국 채소다. 달거나 쓴맛 없이 시원하고 담박하다.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지만 특히 육류와 곁들이면 균형 있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변비에 효과가 있다. 봄 여름에 노지에서 키운 것이 가장 맛있다.
쌈밥 속에 담긴 맛있는 이야기

Story 하나. 지역마다 다른 쌈밥의 특징
고등어나 꽁치를 자작하게 졸여 쌈장처럼 싸먹는 것은 경상도식, 쌈채와 쌈장, 젓갈 외에 밑반찬을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먹는 것은 전라도식, 집장이라는 볶음 된장을 곁들이는 것은 충청도식이다. 그 중에서도 완주 용진 상추에, 세화미로 지은 밥에, 순창고추장을 얹어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전라도식 쌈상 차림이 제대로다. 쌈채의 기본인 상추 위에 실파, 쑥, 갓 등을 곁들이고 여기에 생선감정과 강된장찌개, 장똑또기, 장조림, 약고추장, 참기름 등을 넣어 밥과 함께 싸먹는데 궁중 상차림과도 흡사하다.

Story 둘. 상추, 약인가 독인가?
대표적인 쌈재료인 상추. <
동의보감>에서는 상추를 ‘와거’라 하는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해 머리를 맑게 한다고 했다. 또 가슴에 막힌 기운을 풀어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렇다면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는 말은 낭설인가? 상추엔 ‘락투신(lactucin)’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또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상해 두통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상추 생즙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상추가 졸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안정제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Story 셋. 깻잎이 식중독을 예방한다?
깻잎은 쌈밥 외에도 회나 육류요리에 반드시 곁들여지는 야채다. 특히 깻잎 특유의 향을 내는 정유 성분은
방부제 역할을 해 식중독 예방에 효과적. 깻잎이 회나 육류요리에 빠지지 않고 따라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용 깻잎은 임자엽(荏子葉)이라는 들깻잎을 말하는데 칼륨, 칼슘, 철 등의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그 중에서도 칼륨은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하므로 음식을 짜게 먹을 경우 체내 염분을 조절해 줘 유익하다. 이 밖에 비타민 K는 혈액응고작용을 해 야산에서 상처가 난 경우 민간요법으로 들깻잎을 찧어 상처에 붙이기도 한다.

 

 

 

 

잡곡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잡곡밥은 서양에서 요즘 건강식으로 뜨고 있는 전곡(全穀.whole grain)과 유사한 건강 효과를 갖는다. 백미밥보다 섬유질.미네랄(칼륨 등).비타민(B1.B2.E.니아신 등).단백질이 풍부하다"고 소개한다.

잡곡밥은 일종의 종합영양제라는 것이다. 가을철 `건강 올림픽`에서 햅쌀밥을 즐긴다면 동메달,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잡곡을 섞어 밥을 만들면 은메달, 자신의 증상.체질을 감안해 궁합이 맞는 곡류를 선택해 밥을 지으면 금메달 감이다.

 
 
율무는 `다이어트 약`
무더위로 실종됐던 입맛을 되찾게 되는 가을은 `
천고마비`의 계절. 체중 문제로 고민인 사람에겐 율무가 흔히 추천된다.

다사랑한방병원 심재종 원장은 "비만한 사람이 율무를 장복하면 체중을 줄인다"며 "한방에서 임신 도중의 율무 섭취를 금기시하는 것도 율무가 임신부의 정상적인 체중 증가를 막아 태아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변비가 심하거나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에게 율무는 금기 식품이다.

보리는 한방 소화제
오곡(쌀.보리.조.콩.기장)의 장(長)인 보리는 식체를 없애는 곡식으로 유명하다. 한방에선 보리 엿기름을 소화제로 쓴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신현대 교수는 "보리 국수는 위를 편하게 하고 장을 다스린다"며 "보리는 식욕을 높이고 설사를 멎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소화 기능이 약해 조금만 먹어도 속이 거북한(속이 쓰리고 배가 부르며 트림이 나는 등) 사람에겐 찹쌀이 권장된다. 찹쌀이 위벽을 덮어준다는 것이 그 근거다. 찹쌀 죽이나 떡을 먹으면 속 쓰린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고 한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콩.팥은 피로 회복제
콩과 팥엔 쌀에 부족한 비타민 B군(B1.B2.니아신)이 풍부하다. 이 비타민들은 몸안에서 에너지(열량)가 빨리 생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치고 피로가 쌓였을 때 콩.팥을 먹으면 금세 기운이 나는 것은 이래서다.

콩.팥엔 쌀보다
섬유소가 훨씬 많이 들어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 손정민 영양실장은 "섬유소가 풍부한 콩밥.팥밥을 먹으면 장에서 당(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시간이 지연돼 혈당이 서서히 오른다"며 "이것이 쌀밥보다 콩.팥밥이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콩.팥엔 또 혈압을 조절하고 몸의 붓기를 빼주는 칼륨도 풍부하다.

기장은 설사약
조는 한방에서 소화기에 쌓인 열을 없애는 약재로 쓰인다. 열이 나면서 설사를 하는 사람이 조를 먹으면 열이 곧 가라앉는다는 것. 조는 또 칼슘 함량이 높아 우유를 덜 마시는 임신부에게 권할 만하다.

기장은 설사를 그치게 한다. 빈혈을 예방.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질 수 있다.

고구마.옥수수는 변비약
변비가 심하다면 섬유소 함량이 높은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섬유소가 배변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섬유소는 또 독성 물질이 장을 빨리 통과하게 하므로
대장암 예방에도 유효하다.

이런 점에서 옥수수.고구마.보리 등은 훌륭한 변비 치료제이자 대장암 예방 식품이다.

특히 고구마엔 섬유질뿐 아니라 하얀 수지 성분(고구마를 자르면 하얗게 나오는 진)이 배변을 도와주므로 변비의 예방.치료에 그만이다. 변비가 치유되면 덤으로 피부도 좋아진다.

잡곡을 섞어 먹을 때 주의할 점
잡곡의 섬유소 함량이 높은 것은 단점도 된다.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 노인, 위염.
위궤양 환자, 평소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 잡곡 섭취를 강권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소화기능이 채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잡곡을 억지로 먹이면 소화 장애가 올 수 있다. 잡곡을 불린 물을 무심코 버리는 것도 손해막급이다. 그 안엔 수용성 비타민 등 각종 건강성분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 사상 체질별로 궁합이 잘 맞는 잡곡은
- 머리가 크고 허리가 가는
태양인: 메밀(위.장 등 소화기 기능을 튼튼히 한다)
- 키가 크고 배가 나온
태음인: 콩.현미.율무.고구마(비만 예방)
- 위.장 기능은 좋으나 신장 기능과 하체가 약한
소양인: 보리(철분.단백질 풍부)
- 위.장 기능이 약하며 왜소하고 마른 체형인
소음인: 찹쌀.감자(소화기능 강화)

자료=다사랑한방병원

▒ 이런 증상 있으면 잡곡밥 권하지 마세요
- 평소 얼굴색이 누렇거나 푸석하다
- 손톱 끝 피부가 잘 일어난다
- 속이 자주 거북하다고 호소한다
- 툭하면 체한다
-
입냄새가 심하게 난다
- 딱딱한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자료=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